007 시리즈, 새로운 전환점 맞아
아마존 MGM 스튜디오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캐나다 출신 감독 드니 빌뇌브가 차기 제임스 본드 영화의 연출을 맡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은 ‘듄’ 시리즈와 ‘블레이드 러너 2049’, ‘시카리오’, ‘컨택트(Arrival)’ 등으로 잘 알려진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빌뇌브 감독의 각별한 본드 사랑
빌뇌브 감독은 성명을 통해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보며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며 “드.노(Dr. No)에서 숀 코너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본드는 제게 특별한 존재였고, 이 시리즈는 마치 신성한 영역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펼쳐질 수많은 미션의 길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다”며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매우 흥분되는 일이고, 큰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아마존 MGM의 기대감
아마존 MGM 스튜디오의 수장 마이크 홉킨스는 “빌뇌브 감독이 007의 다음 장을 함께 하기로 결정해 무한한 영광”이라며 “그는 탁월한 미적 감각과 서사 능력을 겸비한 현대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이며, 본드 시리즈는 최고의 연출자에게 맡겨졌다”고 전했다.
제작진 교체와 10억 달러 규모의 리부트
이번 결정은 바버라 브로콜리와 마이클 G. 윌슨 등 오랜 프로듀서들이 아마존 MGM에 창작적 주도권을 넘긴 대규모 리부트의 일환이다. 약 10억 달러 규모로 보도된 이 거래 이후, 본드 시리즈는 전면적인 재정비에 들어갔다. MGM이 2022년 아마존에 약 85억 달러에 인수된 이후,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고, 그 원인은 창작적 견해 차이로 추정된다.
후속 본드 캐스팅은 미정
현재까지 차기 본드 배우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007: 노 타임 투 다이’에서 마지막으로 본드 역을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 이후 공석 상태다. 아론 테일러-존슨, 테오 제임스, 제임스 노턴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테일러-존슨은 지난해 “나는 미래가 정해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다양한 대작과 병행하는 일정
놀랍게도 빌뇌브 감독은 이미 워너브라더스와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듄: 메시아’를 준비 중이다. 촬영은 올해 여름부터 시작되며, 2026년 12월 16일 개봉 예정이다. 이외에도 그는 아서 C. 클라크의 SF 고전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 김보영 작가의 SF 단편, 그리고 애니 제이콥슨의 논픽션 『핵전쟁: 하나의 시나리오』의 영화화를 맡을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헐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
빌뇌브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출자 중 하나로, 대규모 프랜차이즈를 예술적 감각과 상업적 성공 모두를 갖춘 방식으로 이끌 수 있는 보기 드문 감독이다. 그의 ‘듄’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으며, 15개 아카데미상 후보 중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그가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 2049’ 역시 두 개의 오스카 수상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지만, 흥행 수익은 다소 아쉬운 2억 6천7백만 달러였다.
새로운 본드 시대의 시작
빌뇌브의 합류는 본드 프랜차이즈의 방향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시대의 007을 구축하려는 아마존 MGM의 야심을 상징한다. 차기 영화의 개봉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참신한 시각을 더할 빌뇌브의 본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