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음악이 어떻게 인종차별 억압에 맞선 흑인 저항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We Want the Funk!’이 PBS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예술과 정치적 저항이 어떻게 맞물려 시대를 움직이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네디 센터를 포함한 전국의 문화 예술 기관을 겨냥한 공격으로 예술계에 대한 전쟁을 벌이던 시기, 예술을 통한 저항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런 가운데, 스탠리 넬슨과 니콜 런던 감독이 연출한 ‘We Want the Funk!’는 예술이 어떻게 정치적 메시지와 결합해 공동체의 힘을 북돋을 수 있는지를 생생히 그려낸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펑크 음악계의 전설 조지 클린턴과 ‘더 루츠’의 퀘스트러브 등 유명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들은 펑크 음악이 탄생한 배경이 된 강렬한 흑인 정체성과 이를 둘러싼 공동체 문화를 기념하며, 예술이 어떻게 자유롭게 꽃필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다큐멘터리는 오하이오 플레이어스, 프린스, 더 타임 등 전설적인 펑크 아티스트들이 모두 공립학교의 예술 교육을 통해 성장했다는 점을 부각한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 다양성을 위협하는 정치적 움직임에 따라 점차 축소되고 있다. 더불어, 펑크 음악은 1970년대 흑인 권리운동과 함께 성장하며, 백인 사회에 동화되기를 강요하던 짐 크로우 시대에 대한 명확한 거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역사학자 스콧 브라운은 당시 펑크 음악이 “순응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새로운 세대의 감정을 대변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제임스 브라운의 대표곡 ‘Say It Loud — I’m Black and I’m Proud’와 같은 자부심 넘치는 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펑크 음악은 단순한 장르를 넘어 아프로퓨처리즘이라는 문화 운동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Parliament-Funkadelic과 Labelle 같은 그룹들은 흑인의 창의성과 과학을 결합한 미래 지향적 세계관을 제시했다. 다큐멘터리는 이와 함께 문화 다양성과 교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조지 클린턴이 엘튼 존과 킹 크림슨 같은 영국 록 밴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는가 하면, 데이비드 번은 제임스 브라운과 클린턴의 밴드 멤버들에게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언급하며 흑인 예술이 주류 음악에 미친 영향을 인정한다.
‘We Want the Funk!’는 트럼프주의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예술적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찬미하는 방식으로 그 세계관에 정면으로 맞선다. 정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선언보다 강한 문화적 반향을 이끌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음악 장르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억압에 맞선 창의적 저항의 역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하며, 예술이 어떻게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강하게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