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는 단돈 천 원, 그러나 실력은 최고인 변호사가 의뢰인의 억울함을 통쾌하게 해결해준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판타지에 가까운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답답함을 뚫어주는 ‘사이다’ 전개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지난 9월 첫 방송 당시 8.1%로 출발했던 시청률은 단 3회 만에 10%를 돌파했고, 10회에 이르러서는 13.7%까지 치솟으며 두 자릿수 시청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화제성 지표에서도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며 지상파 드라마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이 드라마가 돌연 ‘조기 종영’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하며 방송가 안팎으로 잡음이 일고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회차 축소, 무엇이 문제인가
당초 14부작으로 기획되었던 <천원짜리 변호사>가 12부작으로 막을 내린다는 소식은 시청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보통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드라마가 연장이 아닌 회차 축소를 선택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사 측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단순히 결방을 넘어 회차 자체를 줄이는 결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에 대해 “시청률과 화제성이 모두 좋은 상황에서 회차를 줄이는 결정은 의아하다”며 제작 및 편성 운용의 엇박자를 꼬집었다.
드라마는 천지훈(남궁민), 백마리(김지은), 사무장(박진우) 트리오가 빚어내는 코믹한 시너지와 유쾌한 활극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다소 개연성이 부족할 수 있는 설정조차 배우들의 호연과 통쾌한 전개로 덮으며 시청자들에게 효능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남지은 기자는 “과장된 장면조차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만큼 연출과 배우의 합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드라마 중반부, 천지훈의 과거사를 다룬 비극적인 서사는 마블 히어로의 탄생기처럼 캐릭터에 깊이를 더하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하지만 14부작 분량을 12부로 압축하게 되면서, 남은 회차 동안 복수극의 서사를 완성도 있게 매듭지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들여 쌓아 올린 서사가 급작스러운 마무리로 인해 용두사미가 될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대체 불가한 남궁민의 존재감
이번 사태와 별개로 배우 남궁민의 진가는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그는 코미디와 정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탁월한 완급 조절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다. 천지훈이라는 캐릭터는 남궁민의 치열한 캐릭터 분석과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과거 냉철했던 검사 시절과 능청스러운 현재의 변호사 시절을 목소리 톤과 호흡의 차이만으로 완벽하게 구분해 낸 그의 연기는 “역시 남궁민”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대놓고 웃기려 하지 않아도 웃음을 유발하는 절제된 연기,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슬픔을 눈빛 하나로 표현해내는 내공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든 가장 큰 동력이었다.
스크린으로 번진 열기, ‘왕의 간수’ 독주 체제
안방극장이 편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사이, 극장가는 사극과 첩보물의 대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유해진과 박지훈 주연의 사극 <왕의 간수>가 2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약 95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64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왕의 간수>는 1457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폐위된 단종(박지훈 분)이 유배된 산골 마을의 이장 엄흥도(유해진 분)와의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에게 닥칠 정치적 위기와 위험을 모른 채 어린 왕을 맞이하는 이장의 모습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는 평이다. 지난 2월 4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는 이미 230만 명을 넘어섰으며, 누적 매출액은 1,530만 달러를 돌파했다.
추격하는 ‘휴민트’와 다양성 영화들의 약진
<왕의 간수>의 뒤를 이어 류승완 감독의 신작 첩보 스릴러 <휴민트>가 박스오피스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인성과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무대로 남북한 요원들의 충돌을 긴박감 넘치게 그려냈다. 인적 정보를 뜻하는 정보 용어에서 제목을 따온 <휴민트>는 제한적 사전 시사회를 거쳐 지난 11일 확대 개봉했으며, 주말 동안 49만여 명의 관객을 모아 34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뮤지컬 드라마 장르인 <신의 합창단>이 주말 간 31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4위를 차지했고,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로맨스 영화 <우리가 우리였을 때>가 누적 수익 1,730만 달러를 달성하며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정치 다큐멘터리인 <2024년 12월 3일: 기획된 내란, 숨겨진 진실> 또한 6위에 랭크되며 꾸준한 관객 몰이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방송과 영화를 막론하고 콘텐츠의 완성도와 대중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 시청자와 관객의 선택은 결국 작품의 ‘진정성’과 ‘재미’로 귀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