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James-Simon-Galerie, 이집트 직조 예술의 정수를 선보이다

베를린의 제임스-시몬-갈레리(James-Simon-Galerie)에서 이집트의 일상과 자연을 담아낸 환상적인 태피스트리 전시가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나일강의 생명실: 카이로 람세스 위사 와세프 아트 센터의 그림 같은 태피스트리’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는 이집트 전통 직조 예술과 바틱 작품들을 선보인다. 야자수, 낙타, 피라미드부터 시장의 과일 가판대와 만발한 꽃까지, 이집트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이 한 올 한 올 정성스럽게 엮여 거대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기자의 피라미드 인근 마을에서 시작된 예술 교육

이번에 전시된 인상적인 작품들은 기자 피라미드에서 멀지 않은 하라니아 마을에서 탄생했다. 70여 년 전, 건축가이자 도예가, 직조가였던 람세스 위사 와세프(1911-1974)는 이 지역 아이들을 위한 학교 및 기술 교육 센터를 설립했다. 그의 목표는 학교 교육과 병행하여 점차 잊혀가는 전통 수공예 기술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직조 예술을 가르치며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그의 아내 수잔 위사 와세프가 도예 기술을, 뒤이어 바틱 예술까지 교육 과정에 도입하며 아트 센터는 더욱 풍성해졌다. 전시와 함께 상영되는 영상에서 수잔(75)은 “남편은 아이들이 직조를 할 때 어떠한 견본이나 스케치 없이 오직 상상력에 의존하여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를 원했다”고 회상했다.

상상력으로 엮어내는 자유로운 창작 방식

이곳의 태피스트리는 오늘날까지도 수제 직조틀과 천연 염색된 양모 및 면사를 사용하여 제작된다. 새로운 세대의 직조가들 역시 밑그림이나 도안 없이 작업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수개월이 소요되는 복잡하고 정교한 작품들조차 오직 직조틀 위에서 이집트의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다. 수잔 위사 와세프는 “람세스는 아이들이 보호된 작업실 환경에서 온전히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치길 바랐다”며, “이러한 자유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꽃피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유수 박물관이 인정한 예술성

하라니아 마을의 많은 직조가들은 아트 센터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독자적인 예술가로 성장했다. 이들의 수많은 작품은 이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등 세계적인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집트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순수한 예술혼이 어떻게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